회화나 조각도 그러하지만 사진이야말로 사소한 우리 주변의 일상을 드러내는데 탁월한 매체가 아닐 수 없습니다. 이것은 오늘날 탈근대 사회에서 ‘예술담론에서의 주제의 이동’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, 원래 사진이 그 탄생을 가져온 기록성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는 것과도 관계합니다. 어떤 재현적인 장면이란 촬영되는 ‘한순간’이 지닌 기억에서의 상황적 의미나 상상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. 바로 이 기록성이 사진이 지닌 한계인 동시에 새로운 현대미술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한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. 아마 만들어진 사진들이 더 강렬한 현장감 혹은 상황을 설정해주는 것도 여기에 연유할 것입니다. 만들어진 혹은 연출된 사진들은 재현의 조작이 아니라 어떤 상황의 전모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.

< 슈팅 이미지 Shooting Image>가 한국사진 전체의 모습을 대표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. 하지만 지난 10년간 한국사진의 흐름과 확산이 과거처럼 하나의 맥락으로 엮을 수 없을만큼 다양해진 면모를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. 사실 누구도 오늘의 한국 사진예술계의 르네상스와 백가쟁명을 예감하지는 못했습니다. 지난 1990년대 일군의 선두주자들이 작업과 전시를 만들어 낼 때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. 시각문화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치입니다. 또한 이런 사회를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들이 늘어났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.